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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바람이 불었다. 시장이 커지며 눈에 띄는 신예의 등장을 바라보는 것도, 믿음직한 노익장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면서 위스키 세계에도 다양한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 몇년 동안 위스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처음으로 위스키 매출이 보드카 매출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위스키 제조사는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좋은 위스키는 필연적으로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밀려든다면 보드카 양조장은 그저 곡물과 공병을 더 주문하면 된다. 비록 밤낮 없이 공장을 돌려야 하기에 야근을 해야겠지만 그역시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위스키 양조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증류와 병입 사이에 '숙성'이라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오래 걸리는 공정이 있기 때문이다. 스카치 위스키라면 가장 짧게 잡아도 3년이 걸린다. 스카치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3년간의 숙성으로 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 3년만에 출시하는 위스키 제조사는 없다. 사람들은 '오래 숙성'을 '좋은 위스키'와 연관지어 생각하니까.
어떠한 싱글몰트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떡하니 적힌 숙성 연도다. 10년, 12년, 18년.... 이를 통해 시장에서 존재감과 아우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12년 전 위스키의 대유행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싱글몰트 위스키에 숨어있는 미묘한 맛의 향연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지역별 특성을 찾아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드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특성을 강하게 표현하며 모난 맛을 내는 술을 블랜딩하지 않고 그냥 마실 걸 기대한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12년 전 오크통에 담지 않았으니 지금 술이 부족한 상태다. 그렇다고 숙성이 끝나는 내년 혹은 후년에 다시 만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나이'가 사라진 것이다. 과연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은 계급장을 떼는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술에 새로 담은 술을 섞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위스키 제조사에 따르면 잘 섞은 술은 오랜 숙성을 거친 술만큼 맛이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한동안 '숙성' 기간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젠 그저 숫자일 뿐이라 말한다.
어쩌면 맞고 어쩌면 틀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오크통은 짧은 시간에도 빠른 숙성을 돕는다. 어떤 술은 숙성 기간이 다른 술을 섞었을 때 맛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둘 점은 그것만이 술병에 숫자를 빼게 만든 게 아니다.
술병에 숙성 연도 표시를 뺀 술을 NAS(No Age Statement)라 부른다. 이 술이 과연 숙성 기간에 상관 없이 내 입에 맞는지는 각 제조사별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12년 위스키들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답은 당신의 혀끝이 말해줄 것.

취향을 넘어 자신만의 관점을 곧게 세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