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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는 것 자체를 즐기게 해줄 기계식 키보드

막 기자가 됐을 때 내게 배정된 컴퓨터는 못해도 10년은 더 된 것 같이 보였다. 여전히 윈도 XP와 익스플로러 6.0이 돌아가고 있었고 모니터는 14인치를 넘지 않았다. 그래도 딱히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래봐야 고작 워드프로세서 정도였고 용량이 큰 파일도 몇 메가의 고해상 이미지 정도가 고작이었으니까. 화면 속 모래시계가 몇 번이나 위아래를 바꿔도 커피 한 잔이면 참을 수 있었다. 바짝 긴장한 막내 기자에게 버벅대는 컴퓨터는 오히려 한숨 돌리게 해주는 고마운 쉼표였다.

참을 수 없었던 건 다름아닌 키보드였다.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키보드는 14인치 모니터보다 더 답답했다. 키를 누르는 압력이 불규칙해 어떤 키는 너무 뻑뻑했고 어떤 키는 눌리는 느낌도 없이 제멋대로 입력되곤 했다. 한 줄 타이핑하는 데 두세 번은 백스페이스키를 눌러야했고 그마저도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도통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글의 내용보다 들쑥날쑥한 키보드 덕에 오타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그때 옆자리 여자 선배가 수줍게 손수건으로 덮어두는 키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마치 피아노 건반에 빨간 천을 덮듯 키보드를 조심스레 다뤘다. 남자 친구의 선물임을 감안해도 키보드를 애지중지하는 여자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타이핑은 어찌나 시끄럽던지... 남자 친구와 싸움이라도 했나 싶었다. 선배의 키보드가 모니터보다 더 비싼 걸 알고는 범접할 수 없는 오타쿠일 거라 확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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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re | Realforce 87U 36만원 leopold.co.kr> 


 

보통의 키보드가 문자를 입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계식 키보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키가 눌리는 느낌, 타건 소리, 손가락 마다의 압력 등 저마다의 취향을 고려해 키보드를 만든다. 

 

물론 선배를 오타쿠로 본 것, 키보드에 히스테리 부린다고 생각한 건 기계식 키보드를 모르던 나의 오해였다.
기계식 키보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키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보통의 키보드가 문자를 입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계식 키보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키가 눌리는 느낌, 타건 소리, 손가락 마다의 압력 등 저마다의 취향을 고려해 키보드를 만든다. 
우리가 흔히 쓰는 키보드는 대부분 멤브레인이 방식이다. 키 밑에 얇은 고무판이있고, 키가 고무 판에 붙은 접점을 밀어 입력한다. 이에 반해 기계식 키보드는 키 아래 스위치가 존재한다. 축이라 부르는 스위치는 보편적으로 네 가지 색상(청색, 적색, 갈색, 흑색)으로 구분하는데 이 스위치는 물리적으로 구조가 달르다. 당연히 눌리는 압력과 소리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취향이 갈린다. 
키를 누를 때 확실하게 걸리는 느낌과 경쾌한 소리를 원한다면 청색 축을, 조용하고 묵직한 키의 느낌을 원한다면 흑색 축을 선택하면 되는 식이다. 요즘은 각 손가락에 따라 서로 다른 압력을 가해야 입력되는 키보드도 있다. 힘이 센 검지 손가락은 세게, 약한 세끼 손가락은 약하게 눌러도 입력된다. 그만큼 손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키캡의 컬러도 바꾸는 것도 자유롭다. 원하는 색상으로 커스텀해 책상 위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니까.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누르는 시간이 많다면 기계식 키보드는 작지만 큰 변화다. 글쓰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면 기계식 키보드를 추천한다. 


글/최태형 


date18-04-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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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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