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I'm you Barber

페이지 정보

count1,407.

본문

몇 년 전 노르웨이 거리를 걷다 눈을 떼지 못한 곳이있다. 빠듯한 기차 시간에 쫓기면서도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고전적인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기호도 작용했을 테지만, 그곳엔 이발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따라갔던 이발소의 향수가 느껴졌다. 이발소의 커다란 창문에 위치한 진열장에는 낡은 이발 기구와 한 장의사 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게를 물려준 아버지 혹은 할 아버지 쯤 되어 보였다. 빛바랜 사진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대를 이어 뽐내는 가문의 손재주를 자랑스러워했고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킬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기술자가 응당 가질 만한 자부심이 드러났다. 이런 자부심은 머리를 맡기는 손님들에게 안심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들도 날카로운 면도날에 긴장하지 않고 턱수염을 맡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버지의 덥수룩해진 머리만 보고도 정신없이 바빴던 그를 위로했다. 평소보다 일찍 이발소를 찾을 때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음을 직감했고 평소보다 더 섬세한 정성을 쏟았다.

 

반들반들 멋지게 낡아가는 나무 인테리어의 이발소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깔끔했다. 이발과 면도를 마친 후 훤칠해질 스스로를 기대하게 했다. 아버지는 40년간 머리를 맡긴 이발사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으면 말하지 않아도 스타일을 리드하는 이발사. 아버지의 덥수룩해진 머리만 보고도 정신없이 바빴던 그를 위로했다. 평소보다 일찍 이발소를 찾을 때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음을 직감했고 평소보다 더 섬세한 정성을 쏟았다. 큰 행사를 앞두곤 어김없이 아버지 손을 잡고 이발소를 찾았다. 서걱서걱 면도칼을 갈아 사각사각 면도하는 모습을 혼자만 위태롭게 바라본 기억이 난다. 눈을 감고 턱을 맡기는 아버지는 편안하기만 한데 말이다. 나도 멋진 이발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파랗고 빨간 사인이 돌아가는 이발소처럼 귓속까지 정돈해 주지 않아도, 수염에 하얀 거품을 묻혀 뽀얗게 면도해주지 않아도 좋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 모양을 담은 두꺼운 책자를 건네며 내 스타일을 지적하지 않는 곳이 필요하다. 수다 떠는 아가씨들 사이에 앉아 10 대 아이돌의 스타일을 흉내 내고 싶지 않다. 분업도 좋다지만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 감겨 주는 사람, 말려주는 사람이 제각각인 것은 민망하다. 이발소에 들어서서 나가는 순간까지 온전히 나를 담당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귀 옆을 스치는 가위도, 생각보다 짧게 머리를 잡아채는 손길도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이발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빳빳하게 마른 수건을 목 앞에서 뒤로 한 장, 뒤에서 앞으로 한 장 덮고 흰가운 둘러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이발사가 그립다. 써도 써도 닳지 않던 동그란 비누도, 수건의 양 끝을 넓게 잡아 탈탈 털어 말리던 새하얀 수건도 다시 돌아올 때가 됐다.
글·사진/최태형
 


date18-04-02 16:19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에디터 / 최태형

당신만의 관점을 위해 취향을 선물합니다.


따듯한 댓글로 응원해주세요.

100 THINGS & THINKINGS 목록

   total 6 articles, 1 page
게시물 검색
카카오 플러스 친구 추가하고
새 글과 혜택을 구독하세요!



Copyright © greg.kr All rights reserved.
문의: mail@greg.kr
design by taih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