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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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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온갖 공구로 뒷마당 창고를 가득 채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반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공구 를 사는 일에 저리 열심이신 걸까? 사람을 불러서 해도 될 일을 굳이 스스로 하겠다고 씨름 하실까? 새 시계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집을 손보는 일에선 유독 검소해지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은 퍽 오래갔다. 생각이 바뀐 건 혼자 힘으로 장만한 첫 모터사이클 때문이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사고싶은 물건이 바로 모터사이클이었다. 어쩌면 모터사이클이 사고 싶어서 돈을 결심한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학에 갓 들어간 그때를 돌아보면 모터사이클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바이크를 산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공구였다. 아끼는 물건, 소중한 것을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은 생각에서였다. 언젠가는 점화플러그를 직접 교환하겠다고 온몸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낑낑댔다. 타이어를 직접 교환하려고 또 다른 공구를 구입하기도 했다.무딘공구 때문에 모터사이클이 상할까 봐 더 좋은 공구를 찾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맡기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내 소유에 대한 관심, 책임감이라 말할 수 있는 감정이 원인이었다. 


 

남자에게 공구는 장난감인 동시에 존재 증명을 위한 도구다. 남의 손에 나의 책임을 맡기지 않게 해주는 무기이기도 하다.  


공구 자체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원색의 공구는 마치어렸을 때 선물 받은 장난감 세트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전동공구라면 무엇이든 조립할 수도, 부술 수도 있다. 마치 로봇 팔을 연상시킨다. 실토하자면 전동 공구를 사용하고 싶어 멀쩡한 물건을 분해 했다 다시 조립 했던 적도 있다. 아마도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자에게 공구는 장난감인 동시에 존재 증명을 위한 도구다. 남의 손에 나의 책임을 맡기지 않게 해주는무 기이기도 하다. 남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진지한 장난감이 공구다. 
 

글/최태형 


date18-03-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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