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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고 싹을 틔워 꽃을 맺는 일이 도시에서도 가능할까? 흙을 밟기도 힘든 도시에서 '가드닝'이라는 단어는 초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도시야말로 가드닝이 꼭 필요한 곳이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가드너가 될 수 있다. 

가드닝을 배우겠다는 말에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리하자면 '남자가 무슨 꽃꽂이냐?'는 핀잔, '기왕이면 상추를 심어 쌈이나 싸먹자'는 농담. '화분 하나 들이는 일이 뭐가 어려워 배우기까지 하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압축된다. 

나 역시 가드닝 수업 대부분이 플라워 숍에서 진행된다는 것에 당황했고, 무엇을 키워야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또한 물주는 것 외에 배워야할 게 더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드닝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명확했다. 나이를 먹으며 늘어난 책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일 습관처럼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는 일, 주말이면 거르지 않고 이불 빨래를 하는 일은 단순히 집안일이 아니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임이 됐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빨래, 싱크대를 가득 메운 설거지는 그래서 나의 무책임의 지표다. 무성니가를 책임지는 게 남자라면 집안일이라고 남자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모히토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들인 애플민트가 발단이 됐다. 한잔의 모히토를 위해 잎을 내주고 한켠에 밀려나 있던 화분이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다 덩달아 물을 주었을 뿐인데 다시 건강한 잎을 내 주었다. 예상치 못한 만족감이었다. 집들이 선물로 받았던 처치곤란 화분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드닝은 살아있는 식물을 키워내는 일이다. 식물의 기질에 따라 흙을 고르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조화롭게 만드는 것. 해를 넘겨 반복되는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꽃을 꺾어 보기좋게 배치하는 게 꽃꽂이라면 가드닝은 살아있는 식물을 키워내는 일이다. 식물의 기질에 따라 흙을 고르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 조화롭게 만드는 것. 해를 넘겨 반복되는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식물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멀리 지내는지 공부가 필요하다. 가드닝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도시에서는 미니 가드닝으로도 충분하다. 거창한 정원이 필요하지 않다. 집안 공간의 특성과 식물의 기질을 잘 배치해 사람과 식물 모두 건강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주로 잠을 청하는 안방에는 밤사이 습도를 조절해줄 허브나 수상식물, 밤에도 산소를 배출해 자는 동안 머리를 맑게 해주는 산세베리아를 두는 식이다. 건조한 곳에 두어야 할 식물과 습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을 불리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식물을 통한 인테리어 효과도 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보살피는 일은 남자의 일이었다. 정원을 다독이며 풍류를 즐기고 심신을 정화했던 조선의 선비 정약용도, 여름이 순식간에 물러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정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글 쓴 헤르만 헤세도 그렇다. 그리고 작은 것에 관심을 두고 섬세하게 하루를 사는 도시의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가드닝은 남자의 일이다. 

글/최태형 사진/조보근 


date18-03-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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